천년의 시간이 우려낸 야생차의 향기에 예술이 스며든다.

올해로 제28회를 맞은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가 자연과 예술, 전통과 미래를 잇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선 문화예술 행사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연주의 현대미술가 김성수 작가의 대지예술 프로젝트 ‘티 사피엔스(Tea Sapiens)’가 있다.

‘티 사피엔스’는 하동의 유구한 차(茶) 문화와 생태적 미래 비전을 조형언어로 표현한 상징 조각이다. 축제의 개막일인 5월 2일, 하동야생차치유관 인근에 첫선을 보일 이 작품은 단지 시각적 조형물을 넘어, 하동 야생차 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한 몸에 품은 예술적 선언이다. 김성수 작가는 이를 통해 하동이 품은 자연과 차의 깊은 이야기를 세계 무대에 다시 이야기하려 한다.

세계의 대표적 예술 축제들은 이미 자연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미국 ‘코첼라’가 사막 위에 거대한 설치미술을 세우며 음악 이상의 경험을 창조하고, 영국 ‘글래스톤베리’가 실험 예술 공간 ‘샹그릴라’를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듯, 하동도 ‘티 사피엔스’를 통해 새로운 예술 축제의 문을 연다. 나무와 돌, 대지와 빛을 통해 구현되는 김 작가의 조형은 축제의 배경이 아닌, 그 자체가 메시지가 된다.

특히 김성수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하동 야생차 신인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차와 더불어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새로운 인류,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그리고 생태적 지혜를 기반으로 한 문명의 청사진이다. ‘티 사피엔스’는 이를 시각화하는 하나의 미래 상징이다.

김성수 작가는 “이 작품은 단지 차를 마시는 인간이 아니라, 차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며 “대지예술로 하동이 품은 차의 깊이와 그 철학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작품 제작에 몰두해왔다. 수차례의 현장 조사와 재료 탐색, 구조적 실험을 거쳐 완성된 ‘티 사피엔스’는 차문화의 정수를 담은 하동의 정신을 구현함과 동시에, 축제를 찾는 이들에게 감각과 사유를 동시에 자극하는 예술적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을 통해 지역의 자긍심을 높이고, 나아가 세계와의 연결을 모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하동 야생차 축제를 ‘전통의 재현’에서 ‘미래의 창조’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천년 차 시배지 하동’이라는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지역의 문화적 깊이를 예술로 증폭시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김 작가는 현재 2025 지리산 국제환경비엔날레 레지던시 초대작가로도 선정된 바 있다. 자연과의 공존, 생태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그의 작업 세계는 하동이라는 장소성과 깊이 있게 만난다.

한편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오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하동야생차치유관과 하동야생차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차문화 체험과 공연, 전시, 마켓을 아우르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나무신문